게임으로 로봇을 가르친다? 제너럴 인튜이션이 게임 데이터에 주목한 이유

게임 데이터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AI 스타트업 제너럴 인튜이션의 시작과 핵심 기술, 비즈니스 전략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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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컨트롤러와 WASD 키보드, 데이터 그래프를 표현한 제너럴 인튜이션 게임 데이터 AI 썸네일 일러스트

AI의 영역이 디지털을 넘어 현실 세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텍스트나 이미지 생성을 넘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판단해 움직이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피지컬 AI가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AI를 학습시킬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생성형 AI는 인터넷의 방대한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을 학습하며 발전했습니다. 반면 피지컬 AI에는 주변 상황은 물론 로봇과 같은 기기가 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고,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데이터가 필요한데요. 이를 대규모로 수집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충분한 양의 고품질 학습 데이터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로보틱스 데이터 위기’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피지컬 AI의 학습 데이터를 마련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이 문제의 힌트를 뜻밖의 곳에서 얻은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AI 연구소 제너럴 인튜이션(General Intuition)인데요. Found에서 제너럴 인튜이션의 설립 배경부터 핵심 기술, 비즈니스 전략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게임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

제너럴 인튜이션의 시작은 게임 영상 플랫폼 메달(Medal)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메달은 게임 플레이를 녹화하고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 공유하는 서비스인데요. 원래는 창업자 핌 더 비터(Pim de Witte)가 개발하던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기능이었다고 합니다. 게임 속 재미있는 순간을 쉽게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하지만 예상외로 이 클립 기능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는 방향을 틀어 2018년 이 기능을 정식 서비스로 출시했는데요. 이후 메달에는 다양한 게임 플레이 영상이 쌓였고, 매년 약 20억 개의 영상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게임 영상 플랫폼 메달

그러던 2024년, 더 비터는 AI 학습에 게임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들을 접하게 됩니다. AI가 게임 화면과 플레이어의 행동을 학습하면, 3D 공간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는 내용인데요. 그는 이 논문들을 보며 자신이 가진 데이터를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메달은 이미 수많은 게임 영상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더 비터는 AI 연구소들이 메달의 데이터를 AI 학습에 사용할 의향을 묻기 위해 직접 연락을 하기 시작합니다. 

마침 AI 업계에서는 새로운 학습 데이터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했습니다. AI 모델의 발전으로 고품질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지고 저작권 문제도 커지면서, 플랫폼이나 콘텐츠사가 보유한 대규모 데이터에도 관심이 쏠리던 시기였는데요. 메달의 게임 데이터는 예상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몇 주 만에 여러 곳에서 인수 제안이 들어왔으며, 심지어 오픈AI(OpenAI)가 메달 인수에 약 5억 달러를 제시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죠.

이러한 러브콜을 계기로 더 비터는 생각을 달리하게 됩니다. 데이터를 다른 기업에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AI 모델을 만들기로 한 것인데요. 그는 곧 연구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으며 2025년 10월, AI 연구소 제너럴 인튜이션을 공개했습니다.

💪 게임 데이터로 만든 피지컬 AI 훈련장

출범 당시 제너럴 인튜이션은 1억 3,37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3억 2,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23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기록하며 시리즈 A 라운드를 마무리했는데요. 최근에는 6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추가 투자 라운드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죠.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제너럴 인튜이션을 피지컬 AI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로 소개했습니다.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제너럴 인튜이션의 핵심은 게임 데이터에 있습니다. 이들이 AI 학습에 활용하는 게임 데이터에는 단순히 플레이 영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 라벨(Action Label)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행동 라벨은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의미 단위로 표현한 정보입니다. 예를 들어 ‘W 키를 눌렀다’와 같은 조작 정보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앞으로 이동했다’처럼 실제 행동의 의미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너럴 인튜이션은 행동 모델(Action Model)과 월드 모델(World Model)을 개발 중입니다. 행동 모델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면, 월드 모델은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데요. AI가 가상 환경은 물론 현실 세계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이고요. 게임 캐릭터나 AI 에이전트 시뮬레이션부터 드론, 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까지 폭넓게 적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특히 월드 모델은 피지컬 AI를 위한 훈련장(gym) 역할을 하는데요. 현실에서 로봇이 모든 상황을 직접 경험하는 대신, 월드 모델이 만든 가상 세계 속에서 먼저 여러 행동을 시도하고 그에 따라 무엇이 달라지는지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축구 게임 데이터 기반의 월드 모델 미라

제너럴 인튜이션의 미라(MIRA)는 이러한 작동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미라는 자동차 축구 게임의 플레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월드 모델인데요. 플레이어의 조작에 따른 자동차 위치와 방향, 자동차와 충돌했을 때 공의 움직임, 부스트 사용 시 나타나는 게이지 변화 등을 학습해 별도의 물리 엔진 없이도 물체 간의 상호작용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제너럴 인튜이션 연구진은 미라를 ‘피지컬 AI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라고 설명합니다.

🤖 게임을 넘어 현실로 향하다

그렇다면 게임으로 학습한 AI는 현실에서 얼마나 잘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요?

제너럴 인튜이션 연구개발실에는 4족 보행 로봇이 있습니다. 이 로봇에는 수백만 시간 분량의 게임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이 적용되었는데요. 앞쪽에 달린 카메라로 주변을 살피고, 들어오는 영상을 바탕으로 다음 행동을 결정합니다. 사람에게 다가가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의자를 스치고 지나가거나 쓰레기통, 기둥에 부딪히는 등 움직임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로봇 미세조정에 사용된 현실 데이터는 단 8분짜리에 불과한데요. 이마저도 거리에서 수집된 데이터로, 사무실 지도나 공간에 대한 정보는 별도로 주어지지 않았다고 하죠. 이 점을 고려하면 게임에서 익힌 상황 판단과 행동 능력이 현실 물리 환경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입니다.

제너럴 인튜이션 AI 모델이 적용된 4족 보행 로봇

한편, 아무도 없는 책상 위 모니터에서 누군가 게임을 하는 것처럼 화면이 계속 움직입니다. 4족 보행 로봇과 같은 AI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것인데요. 실제로 이 에이전트는 100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게임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제너럴 인튜이션은 드론과 운전 게임 등으로도 테스트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특정 게임이나 로봇에 특화된 AI를 만드는 대신, 다양한 기기와 가상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모델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인데요. 앤트로픽(Anthropic)이나 오픈AI처럼 다른 기업이 제너럴 인튜이션의 AI 모델을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현재 제너럴 인튜이션은 게임, 시뮬레이션, 로보틱스 분야의 몇몇 기업과 협력하며 API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더 많은 기업과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파트너사가 늘어나면 제너럴 인튜이션이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도 다양해집니다. 기업에 AI 모델을 제공해 새로운 데이터를 얻고, 이것을 다시 모델 연구와 개선에 활용하는 것인데요. 더 비터는 이러한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과 AI 연구가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파트너 기업을 선택할 때도 모델 연구에 필요한 현실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네요.

제너럴 인튜이션은 AI 시대에 데이터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보여줍니다. 처음부터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가 아니더라도,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게임에서 익힌 역량이 복잡한 현실에서 제대로 통할지는 충분한 검증이 있어야 하고요.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인 만큼 기술에 대한 높은 기대를 시장의 수요와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는 것도 필요한데요. 게임에서 출발한 제너럴 인튜이션의 AI가 어디까지 성장하고 확장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Sources


IT Dot Story의 Found 시리즈에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IT 기업을 발견하고 소개합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기업을 발견하게 될까요?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블로그를 구독해 주세요!